스케치 2

베개

꽃피는 날에는 꽃 따라 울긋불긋 마음도 바빴어요 찬물은 또 왜 그리 당기던지요 그땐 다 그런 걸까요 팔랑팔랑 웃음마저 그늘도 없이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따라 여기저기 눈도 많이 흘렸고요 아직까지 눈동자 까만 건 그때 너무 많이 흙 묻은 탓이겠죠 신발끈 모아 무지개도 걸었어요 부은 맨발을 씻는 저녁마다 숲 냄새 자욱한 골 안개가 가슴팍을 쓸고 갔어요 초록은 동색이라고 당신도 나와 같으리라고 말없이도 들렸죠 몇 번 치과를 다녀오는 동안 의자에 앉은 시간이 흰옷과 검은 옷을 바꿔 입는 사이 놀빛은 사라지고 까맣게 손때 전 창틀만 보이더니 참, 찬물이 싫어져요 바람이 성가셔요 풀잎은 나뭇잎과 색이 다르고요 운동화보다 먼지가 더 하얗네요 당신과 나 이제 밤마다 서로 베개만 끌어 안아요 몸 길을 눈길로만 덮어도 ..

스케치 2022.08.19

# " 밥 먹을래? " " 응 " 이런 대답이 좋다 이런 대화 만이 가질 수 있는 관계의 깊이와 친숙의 거리 충분한 숙성과 발효의 시간을 지나와 빚어지는 위안의 향기가 좋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첫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혹은 첫 입사의 면접관 앞에서 두주먹이 꼭 쥐여지던 순간 등등... 가장 받아들여 지고 싶은 마음으로 두드려 보는 긍정과 부정의 문 앞이 아닐까 예즉불가한 과정이 성장의 흔들리지 않는 굿건한 줄기가 되는 것은 잘 알지만 언제 되돌아보아도, 언제 되물어 보아도 한결 같이 내게 " 응" 해줄 수 있는 사람 있다면....있을 수 있다면 종속과목강문계 그 맨위 그 꼭대기 영장류 사람으로 태어난 거 참 잘한 일일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네게 " 응" 한결같이 흥쾌하..

스케치 2019.04.08