꽃피는 날에는
꽃 따라 울긋불긋 마음도 바빴어요
찬물은 또
왜 그리 당기던지요
그땐 다 그런 걸까요
팔랑팔랑 웃음마저 그늘도 없이
바람 부는 날에는
바람 따라 여기저기 눈도 많이 흘렸고요
아직까지 눈동자 까만 건
그때 너무 많이 흙 묻은 탓이겠죠
신발끈 모아 무지개도 걸었어요
부은 맨발을 씻는 저녁마다
숲 냄새 자욱한 골 안개가 가슴팍을 쓸고 갔어요
초록은 동색이라고
당신도 나와 같으리라고
말없이도 들렸죠
몇 번 치과를 다녀오는 동안
의자에 앉은 시간이 흰옷과 검은 옷을 바꿔 입는 사이
놀빛은 사라지고
까맣게 손때 전 창틀만 보이더니
참,
찬물이 싫어져요
바람이 성가셔요
풀잎은 나뭇잎과 색이 다르고요
운동화보다 먼지가 더 하얗네요
당신과 나 이제 밤마다
서로 베개만 끌어 안아요
몸 길을 눈길로만 덮어도 잠만 잘 자요
밤새 베개가 푹신한 건
아직 남아있는 말랑한 꿈 몇,
눈뜨도록
머리맡 지키는 까닭이겠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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