선물 / 이규리
어떤 나라에 '눈사람 택배'라는 게 있다 하네요
눈이 내리지 않는 남쪽 지방으로
북쪽 지방 눈사람을 특수포장해 보낸다 해요
선물도 그쯤 되면 신비 아닌지요
받을 때 눈부시지만 녹아 스스로 자랑을 지우니
애초에 부담마저 덜어줄 걸 헤아렸겠지요
다시 돌아간다면 그리 살고 싶네요
언젠가 녹을 것을 짐작하면서도
왜 손가락을 걸었던지요
그때 그 반지, 눈사람 속에 넣겠어요
동그라미 두 개가 허공을 품었다 놓아준 것처럼
지우는 법을 가르쳐준
눈사람
그런 선물이라면
그런 아득함이라면
- 이규리 시집 <최선은 그런 것이에요> 2014