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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철 버리기는 아깝고

종이비누 2022. 12. 30. 17:54

버리긴 아깝고 / 박철

일면식이 없는

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

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

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

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

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

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

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

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

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

버리긴 아깝고

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

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

품에 안은

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

박철, 『작은 산』 , 실천문학사, 2013년, 12~13쪽 

박철시인
출생1960년 1월 27일, 서울학력단국대학교 국문학과 졸업데뷔1987년 '창작과 비평' 등단경력시힘 동인수상2019.07. 제16회 이육사 시문학상
정보제공 2011.05.04.정보